연필


오랜만에 사치했다.
글 쓸 때 시작은 마음에 드는 연필 집는 것부터다.
조사한 자료와 출장 가서 듣고, 맛본 것들을 나열한다.
단어가 모이면 문장이 된다.
문장이 모이면 글이다.
비슷한 글이 모이면 책 한 권이다.
연필 한 자루 천 원이다.
천 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지 않지만 한 자루 2~3백 원 하는 것과 비교해 비싸다.
이미 퇴고한 원고는 새로운 글을 쓸 때 이면지가 된다.
앞면의 내용과 다른 단어를 나열할 때 필기감이 서걱거리면 글에도 모래 가득하다.

부드러운 연필로 쓴 단어는 자판마저 물 흐르듯이 두들기게 만든다.
새로운 연재 시작 준비로 마음에 드는 연필을 샀다.
오랜만에 사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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