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여름 맛_성게
겨울에 이어 여름에 홋카이도에 간 까닭은 ‘여름 맛’ 때문이다. 맛도 계절을 탄다. 재료가 계절에 따라 맛의 높낮이가 명확하게 달라진다. 같은 거라도 여름이 유독 더 맛있는 것이 있다. 낸 돈 대비 가치에서 차이가 난다. 같은 돈을 내더라도 제철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겨울에 여행을 가기 전 홋카이도 여행 유튜브 몇 개를 봤다. 다들 비슷한 곳에서 출연자와 목소리만 다를 뿐 내용과 장소는 엇비슷했다. 그러면서 이해가 안 되는 게 몇 가지가 있었다. 한겨울에 한여름이 맛있는 멜론을 먹는다는 거나 아니면 우니 먹는 것이 단적인 예가 되겠다. 맛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제철의 그 맛은 분명히 아니지만 다들 먹고, 찍고, 올리고 하니 음식에서 제철이 사라졌다. 겨울 여행에서 먹지 않았던 성게, 멜론, 감자, 수박 맛이 궁금했다. 그리고 한번 해보고 싶었던 홋카이도 저지 우유와 홋카이도 카스텔라 조합으로 먹고 싶었다. 이는 홋카이도 생산 카스텔라를 구하지 못해 결국은 나가사키 카스텔라로 대신했다.
홋카이도는 다시마 산지로 유명하다. 성게는 다시마를 비롯해 해조류를 먹는 생물이다. 해조류가 풍부한 만큼 성게가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다시마 산지로는 완도가 유명하다. 완도의 부속 섬 중 한 곳에 일제 강점기 시절에 다시마 양식을 시작했다. 다시마 양식을 하는 곳이기에 다시마를 먹고 사는 전복 양식 또한 완도가 처음이었고, 유명하거니와 우리나라 전복 양식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시마가 가장 좋은 곳이 어딜까? 강원도 고성, 부산의 기장 등등 이름난 곳이 있다. 필자가 꼽는 곳은 거기도 저기도 아닌 서해의 먼 섬인 대청도와 백령도를 주저 없이 꼽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온이 낮기에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바다에는 다시마나 미역이 차고 넘친다. 양식하는 미역은 6개월 정도만 키운다. 기온이 높아지면 녹기 때문이다. 서해 먼 섬의 바다는 수온이 낮아 양식하는 다시마가 녹지 않아 2년을 키울 수가 있다고 한다. 다른 곳보다 잎이 두껍다. 이런 좋은 조건이다 보니 생산하는 성게 또한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다른 곳은 성게가 해조류를 다 갉아 먹기에 위해 생물로 지정하기도 한다. 해조류가 사라져 바다 사막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는 해조류가 숲을 이루기에 그럴 염려가 없다. 몇 년 전에 취재 차 백령도와 대청도를 간 적이 있다. 육지에서 먹는 성게는 보존을 위해 명반이 필수로 들어간다. 보존 기간은 덕분에 오래 할 수 있게 되었다. 대신 맛의 끝에 쓴맛이 난다. 도시의 이자카야나 횟집에서는 그 쓴맛 때문에 거의 즐기지 않았다. 백령도에서 일보고 넘어간 대청도에서 맛본 성게는 육지에서 먹던 성게와는 달랐다. 20년 전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서 맛본 달았던 기억 속 성게 맛을 소환했다. 쓴맛이라고는 전혀 없는 자연의 맛이었다. 장소에 따라 맛이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졌다.
7월에 홋카이도에서 맛본 성게는 달았다. 대청도에서 먹던, 강원도 고성에서 먹었던 성게처럼 달았다. 대신 성게 가격은 육지와 바닷가에서 맛본 성게 품질만큼 차이가 났다. 홋카이도 샤코탄에서 먹은 점심 한 끼가 7,700엔((오타루 운하 근처는 거의 만엔 가까이였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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