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기 1

 지난 3월 말 딸아이 프랑스 어학연수 가는 길에 잠시 다녀왔다. 살면서 처음 가는 유럽이었다.

가는 편은 에어프랑스, 14시간의 비행. 딸아이가 비지니스는 바라지도 않으니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해달라는 요청에 그리 했다. 가격은 인당 약 130만 원. 저가 비행기표 왕복 가격보다 조금 저렴하다. 

가면서 인터넷 쓸 일이 있어 3시간 사용권을 신청했다. 쓰다말다 하면 될 듯 싶었지만 아니었다. 사용하는 시간부터 체크해서 딱 세 시간 뒤에는 종료다. 


숙소는 로뎀의 집. 파리에서 유명한 한인민박집이다. 당분간 윤희가 여기서 살 집이다. 파리 외곽 7번 지하철의 종점에 위치한 로뎀의 집. 한식당 맛있다의 사장이자 민박인 쥔장겸 방송 코디네이터와 여행작가까지 1인 다역의 정기범 작가가 운영하는 민박집이다. 딸아이 어학연수를 지인의 집에서 시작하기에 겸사겸사 파리와 리옹 그리고 바르셀로나 여행까지 했다. 일단은 여행지에서 꼭 먹어봐야 할 혹은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집은 다니지 않았다. 예약은 한 군데만 했다. 4년 전에 브레스 닭을 맛보러 가려했던, 1kg에 30유로 가는 닭이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했기에 파리행 비행기를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코로나로 인해 비행기 편이 무더기로 취소되기 직전이었는데 결재를 포기했었다. 프랑스에 갔으니 그 맛을 보는 게 맞겠다 싶어 브레스 닭을 키우는 농장이 있는 마을의 레스토랑은 예약을 했다. 그곳만 빼고는 다니다가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식당 앞에서의 기다림의 시간보다 여행의 시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거니와 한국에서 우러나온 경험이 '굳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줄서는 데 30분 이상 쓰지 않았다.

한국이나 파리나 줄은 서지 않았다. 내 시간은 맛보다 더 소중하니깐

게다가 딸과 나는 짧은 입이기에 음식을 많이 먹지도 않기에 더 그렇다. 오감으로 경험하는 여행에서 입의 즐기움에 그리 큰 투자를 하지 않는다. 딸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둘 사이는 암묵적인 합의다. 식당 앞에서 '굳이' 기다리지 말자.


그렇게 다녔던 중간 5일은 렌트해서 바르셀로나, 리옹까지 다녀왔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파리의 식자재 마트 식당사업자만 이용 가능하다.
첫날은 오후에 도착해서 어영부영 보내고 다음날은 일찍 프랑스에 여러 지점이 있는 매트로, 지하철이 아닌 우리나라 하나로클럽과 같은 도매 마트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는 식당 사업자가 있어야지 이용 가능하다. 식당에 쓰는 웬만한 것은 다 있다. 소금부터 고기까지 그리고 식기와 의자, 테이블까지 다 있는 곳이다. 지인이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장 보러 가는 길에 동행했다.

고기를 비롯해 다양한 식재료를 살 수 있다.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매트로. 우리네 시장은 지역은 있어도 품종은 없다. 예를 들어 영주 사과는 있는데 영주의 어떤 품종의 사과는 없다. 이런 이야기다. 그냥 영주 사과다 입구에는 키친을 배치, 새로운 식재료에 대해 소개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 옆은 카페테리아, 스낵과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물론 무료다. 식당 하는 이들만 오는 곳이다 보니 객단가가 장난이 아니다. 쇼핑카드 크기가 우리네 할인점의 네 배 정도 크기다.

채소와 과일 코너를 둘러봤다.



사과만 하더라도 열 가지 넘는 품종이 있다. 나중에 중국마트에서 여러 가지를 사서 맛볼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먹지 못하고 왔다. 다른 곳에서 파란 사과와 작은 사과는 맛을 봤다. 단맛은 있는데 우리와 달리 신맛이 부족했다. 내가 먹어 본 두 개의 사과는 우리 사과는 다른 맛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고기. 식당 중심이라 손질은 없다. 그냥 덩어리로 판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치즈와 버터를 비롯한 유제품 코너는 채소/과일 코너만큼 넓었다. 다양한 브랜드, 목장의 치즈와 버터가 가득 차 있었다.

렌터카를  운전해보니 알겠더라. 풍부한 유제품이 어디서 오는 지..


다 먹는 것도, 그중에서 입이나 요리에 맞는 것을 골라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매트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식재료가  있는 중국 마트
매트로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과 중국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 동양권에서 쓸 수 있는 채소 대부분이 중국 마트에만 있다. 마늘이나 뭐 이런 것은 다 있지만 미나리나 숙주나물 같은 것은 중국 마트에만 있다. 한식이든 일식이든 동북아시아 식당을 운영하는 곳이라면 여기는 필수다. 화교의 힘은 파리에서도 대단하다. 프랑스 영화 13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파리 13구는 거대한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중국 마트를 운영하는 대표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부자라고 한다. 인구수가 많으니 가능하거니와 마트를 운영하기 위해 또 운영하는 농장 또한 중국인이라는 사실 새삼 부럽다. 파리에서 운영하는 한국 메뉴를 파는 식당의 50% 이상이 화교가 운영한다고 한다. 실제로 다녀보면 말같이 않은 인테리어와 메뉴를 파는 식당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중국 마트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가격 또한 저렴했다. 한국 라면은 한국 마트보다 저렴했다. 한국마트는 상품은 다양하나 가격이 다소 비쌌다.




도착한 다음날 숙소 근처 KFC와 파리에서 출발해 바르셀로나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은 맥도널드 두 곳이다. KFC 가격은 햄버거 하나가 보통 9유로. 한화로 1400 x 9= 12,000원대. 음료와 튀김까지 하면 15,000원 정도 했다. 둘이 먹으니 대략 30유로 나왔다. 조금 더 쓰면 그냥 길가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사 먹을 수 있는 햄버거 가격이다. 맛은 뭐.. 그냥 짰다. 한 가지 국내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번이다. 번의 맛이 국내와는 달리 제법 괜찮았다. 이는 맥도널드나 KFC나 마찬가지였다.




목적 없이 걷다가 들어간 이탈리아 레스토랑. 음료와 피자, 파스타를 주문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한국도 유럽 못지 않은 이런 음식 내는 곳이 있으니 말이다.





그 다음은 기범이와 함께 홍콩 출신 미슐랭 원스타 세프가 운영하는 찻집에서 밀크티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먹었다. 찐빵은 영국의 발효 치즈를 넣은 것이었다. 청국장에 밥을 비벼 먹는 맛? 고기죽은 아침 식사용으로 먹는 거라면서 맛뵈기였다.

리슐리 도서관


갤러리 베로 도다트


팔레드 로얄


걸어서 갈 수 있는 근처를 다녔다.

올림픽 전이라 지하철은 생각보다 깨끗했음


저녁은 민박집에서 주는 감자탕으로 마무리.




빵값 저렴한 파리에서 1일 1빵은 기본. 지하철 역 입구에 있던 길거리 빵집의 크로와상은 우리나라에 온다면 No.1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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