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傷(식상)방지식(食)상(想)2.
한 달 전에 여수를 취재하고 원고를 보냈지만 실리지 못했던
기사.



지역마다 이름난 음식이 있다. 기장과 남해는 멸치회, 포항은 물회, 목포는 낙지, 민어 식으로 말이다. 돌게(민꽃게)장, 갓김치, 서대회, 장어탕은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여수 여객선 터미널과 시장 그리고 이순신 광장 주변으로 여수 대표 음식을 파는 곳이 모여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서 서대회보다는 다른 것을 먼저 염두에 뒀다. 서대가 여수 대표 음식이 맞지만 이 시기의 여수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생선이 있기에 그것을 우선 맛보기로 했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의 준치가 여수에서 꼭 맛봤으면 한 생선이었다. 작년 이맘때 평택에서 준치 김치를 담그는 곳에 준치를 구해준 적이 있다. 그 덕에 준치 나오는 철을 기억하고 있었다. 제주도와 전라도 사이에서 잠깐 비추고 사라진다. 이 시기 아니면 냉동한 것을 먹어야 하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다. 보통은 혹시나 하면 역시나.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여수 특화 거리를 걷다가 한 집에서 “준치회 개시” 푯말을 내 건 곳이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면 준치가 있는지 물으니 끄덕인다. 메뉴 고민 없이 준치 무침을 주문했다. 장대 말린 것과 몇 가지 반찬이 차려졌다. 젓가락은 장대 말린 것 외에는 안 갔다. 꾸덕꾸덕 장대 말린 것을 찌는 것만으로도 완성된 요리가 된다. 장대 몸통에서 가시를 피해서 살 발라내 먹는 것이 조금 귀찮아도 참 맛있는 생선이다. 준치회 무침을 맛봤다. 조금 센듯한 새콤함이 훅 들어왔다가 이내 사라진다. 



회무침에서 회만큼 중요한 것이 식초. 막걸리 식초인가 여쭈니 과일 식초와 섞어서 쓴다고 한다. 준치만 우선 맛봤다. 다시 준치만 골라내 따듯한 밥과 먹었다. 채소랑 준치를 밥과 함께 먹었다. 밥이 금세 사라졌기에 다시 주문했다. 그제야 밥을 무침과 비볐다. 회무침 먹을 때는 처음부터 비벼서는 안 된다. 무침을 반찬 삼아 밥과 먹어야 제대로 회무침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부드럽은 살 속에 고소함이 꽉 찬 맛이 준치 맛이다. 냉동 준치와는 다른 맛이다. 유명한 음식보다는 제철 음식이 여행지에서의 제맛을 찾는 확실한 비법이다. 길손식당 061-666-0046 

점심은 서대회 대신 준치회를 먹었으니 저녁으로는 서대탕을 먹었다. 원래는 쎄미탕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있을 때보다는 없을 때가 많아 차선이 서대탕이었다. 쎄미, 혹은 쐬미라는 부르는 생선은 양볼락과 생선이 쑤기미를 여수에서 부르는 사투리다. 제주에서는 ‘미역치’, 대천은 ‘노랑 범치’라 부르는 생선이다. 등지느러미에 강한 독이 있어 찔리면 강한 통증이 있다고 한다. 볼락과 생선답게 시원한 탕 맛이 최고다. 여수에서 탕으로 먹는 서대는 회로 먹는 참서대와 달리 용서대를 사용 한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서대는 참서대, 용서대, 개서대 몇 종류가 있지만 봉정식당에는 생물 용서대만 사용한다. 여수의 서대회무침 대부분은 참서대를 사용하지만 탕만큼은 살집 좋은 용서대를 사용한다. 담백한 생선인 용서대는 볼락만큼의 시원함은 없지만 지방이 적은 생선답게 국물이 깔끔하다. 부드러운 살이 깔끔한 국물과 제법 잘 어울린다. 이웃한 탁자에서 “사장님 여기 갓지 좀.” ‘갓지? 아 갓김치.’ 깔끔한 국물에 톡 쏘는 갓김치를 더 하니 이내 필자도 갓김치를 더 청했다. 봉정식당 061-662-7870

25년 전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백화점에서 같이 근무하던 동기가 여수 돌산 출신이었다. 여름휴가 때 여수로 같이 놀러 가기로 하고 기차역에서 내려 처음 먹었던 음식이 장어탕이었다. 호기심에 맛만 보고는 다른 반찬만으로 밥을 먹었다. 그때는 장어탕이 참 낯설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고흥이나 여수로 출장 가면 장어탕 한 그릇은 꼭 한다. 여수와 고흥은 팔영 대교로 연결된 이웃으로 장어탕이 유명하다. 고흥 장어탕은 장어를 푹 삶아 살이 부드럽다. 반면에 여수의 장어는 바로 끓이기에 살이 쫀득쫀득하다. 교동시장과 여객선 터미널 사이에 많은 식당 중에서 장어만 전문하는 곳을 선택했다. 


장어탕 파는 곳 대부분이 돌게장이나 서대회도 같이 하는 곳이 많다. 필자가 선택한 곳은 장어로만 요리한다. 지역에서 유명한 곳보다 하나의 식재료만 취급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우선으로 선택한다. 식재료에 대해 자신이 있기에 다른 재료는 쓰지 않는 곳이 많다.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깔끔한 국물에 실한 장어가 꽤 많이 들어 있었다. 아침에 미리 잡아 둔 장어를 한소끔 끓였기에 쫀득한 살맛이 맛있었다. 백제식당 061-662-0122

지역의 맛집을 소개해달라는 연락을 가끔 받는다. 사실, 출장을 많이 다녀도 맛집은 잘 모른다. 아는 것은 철에 따라 그 지역에서 먹어야 할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한 여름, 영덕에서 대게를 찾거나 멸치 떼 떠난 기장에서 멸치회를 찾지 않는다. 여름에 제주 가서는 모둠회 대신 따치회나 한치를 찾는다. 목포에 준치 회로 유명한 곳이 있지만 제철에는 어디에서 먹든 맛있다. 지난여름에 목포에서 먹었던 준치 회보다 올봄 여수에서 먹은 준치가 몇 배나 맛있었다. 제철의 힘이다. 맛이라는 게 ‘어디’ 보다는 ‘언제’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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