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찜에서 카레까지


무릎을 절뚝거리시던 장모님이 미루고 미루다 수술을 하셨다. 수술할 시점이 코로나 19가 한창 기승부릴 때라 면회는 불가능했다. 안부 전화를 드리고 안 되는 면회 대신 음식을 해드리면 괜찮을 듯싶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갈비찜을 해보기로 했다. 소갈비도 좋지만 버크셔라면 소갈비 못지않기에 돼지 갈비찜을 하기로 했다. 맛있는 돼지로 만드는 갈비찜은 하기 쉽다. 사실 모든 요리 중에 복잡한 것은 있어도 어려운 것은 없다. 자전거 배우기, 영어 배우기 등과 같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 꾸준히 하는 사람이 잘한다. 솜씨야 타고 나더라도 꾸준히 하면 기본 이상은 한다. 똥손으로 태어났기에 만든 음식의 모양새는 항상 별로다. 음식 맛까지는 그나마 아니어서 집에서 밥을 했을 때 맛으로 타박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양새를 못 내기에 재료에 더 신경 쓰기도 한다.
전북 남원 버크셔 농장에서 주문한 갈비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뺐다. 두어 시간 걸린 듯싶다. 시간이 없으면 핏물 빼는 것을 건너뛰기도 한다. , 한소끔 끓인 다음 그 물을 버리고 새로 끓여서 요리한다. 핏물을 빼지 않으면 국물이 탁하고 지저분하다. 그마저도 귀찮으면 끓을 때 나오는 시커먼 거품을 제거해도 괜찮다. 세 가지 방법 모두 고춧가루 넣고 나서는 잘 모른다. ? 그것도 그렇다. 1시간 10분 정도 갈비를 삶았다. 돼지갈비 삶을 때 마늘을 빼먹어도 우엉은 꼭 넣는다. 우엉이 들어가면 묵직한 돼지기름 맛이 새털처럼 가벼운 맛이 된다. 수육 만들 때 우엉을 넣으면 좋다. 잡내 제거한다고 소주니, 된장 넣는 것보다 훨씬 낫다. 생우엉이 없으면 볶은 우엉도 괜찮다. 1kg 고기에 볶은 우엉 몇 조각이면 충분하다.

고기 삶는 사이 양념을 한다. 기본이 되는 고추장은 순창에서 3년 묵은 것이다. 묵은 고추장은 검붉다. 시중에 흔히 보는 시뻘건 색과 다른 모습이다. 시판 고추장도 시간이 지나면 검은색이 된다. 고추장에 있는 붉은 색소가 시간에 따라 변화기 때문이다. 색이 변했다고 못 먹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처음 뚜껑을 땄을 때와 다르므로 낯설 뿐이다. 고춧가루, 마늘, 청양고추 다진 것, 생강 청, 설탕, 참기름, 후추 조금, 간장, 액젓을 더해 양념장을 만들었다. 묵은 고추장, 간장, 액젓 세 가지 감칠맛을 내는 재료다. MSG와 같은 역할을 한다. 봉지에 든 조미료를 넣어도 비슷한 맛을 낸다. 건강이니 뭐니 하는 것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말. 편안대로 사용하면 된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간장이나 액젓이 감칠맛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조미료를 쓰면 누구나 비슷한 맛을 내지만 간장이나 액젓을 쓰면 비슷한 맛 가운데서 나만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다.

국물 조금 남기고 삶은 갈비를 양념장으로 조렸다. 남겨진 국물을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버크셔 갈비탕도 참 맛있는데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고깃국물답지 않게 깔끔한 국물을 육수로 활용하면 좋을 듯싶었다. 보통 버크셔로 수육을 만들고 난 후 육수는 다양하게 활용했다. 차갑게 식혀 기름을 걷어 낸 다음 김칫국물과 섞어 냉국수를 말기도 하고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끓이기도 했다. 일반 돼지고기로 수육 만들 때 된장, 소주, 월계수 잎 혹은 커피를 넣기도 한다. 넣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육수 활용이 제한적이거나 못 쓸 뿐이다. 예전에 도축이나 유통 기술이 떨어질 때는 고기 잡내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거의 안 난다. 예전에 고기 잡내 잡는다는 말들은 다들 예전의 비법이다. 지금은 마늘 두어 쪽, 소금 정도면 된다. 남은 육수로는 카레를 만들었다.

갈비 삶은 물에 카레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다. 육수에 채소 넣고, 끓이면 그만이다. 고깃국물이니 고기는 필요 없고 냉동고에 있는 소시지 잘게 썰어 넣으면 끝난다. 그렇게 쉬운 요리인 건만 망치려고 들면 금세다. 펄펄 끓고 있는 카레를 보다가 사과를 넣고 싶어졌다. 어디선가 사과를 넣은 애플 카레를 본 듯한 기억이 생각났다. 어쩌면 그 순간에 만든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갑자기 부산 떨며 사과를 갈아 카레에 넣었다. 괜찮던 카레의 맛이 사과즙이 들어간 순간부터 맛은 안드로메다를 향했다. 어제 갈비찜 맛에 인생 갈비찜이라 찬사를 보내던 가족이 카레 맛 앞에서는 혀를 찼다. 특히 윤희가


食傷 방지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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