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제주


당일치기 제주.
15년 거래 하던 감귤 생산자가 전화를 피한다.
이유는 뻔하다.
귀찮다는 신호다. 마지막으로 카톡을 보내니 읽고 대답이 없다.
잘 살아라문자를 보낼까 하다 속으로만 보내고는 몇 달 고민했다.
그러다
공심채를 운영하는 후배와 다시 시작해 볼 생각을 하고
제주를 찾았다.
감귤이라도 내가 생각하는 감귤을 팔고 싶었다.
품종을 팔고, 제철에 팔고, 새콤달콤한 특유의 감귤 맛을 팔고 싶었다.

한라산 중간을 좌우를 넘다 보니 서귀포를 가지 않고 넘어간다고 한다.
서귀포로 넘어가긴 전,
함덕에 들려 닭 해장국을 먹었다.
한림 닭 해장국과 같은 컨셉이다.
애월 아빠들의 동물복지 닭과 계란으로 요리하는 곳이다.
보통은 닭개장을 먹었다. 이날은 닭몸국을 먹었다. 먹던 대로 먹어야 했다. 내 입맛에는 달았다.



동물복지 유정란 농장을 가려 했더니
이른 시간이라 좀 놀다가 열 시 넘어서 오라고 한다.
근처 카페 거리로 갔다.
구좌 당근 케이크를 주문했다.
당근 케이크를 보면 1990년의 나로 돌아간다.
대학 1학년, 공부는 하기 싫었는데
과 내 서클인 제빵연구회에서 빵 굽는 것은 좋아했다.
그때 많이 만들던 게 당근 파운드 케이크였다.
초퍼에 가득 갈던 당근. 2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면은 생생하다.


동물복지 농장으로 가는 길.
낮은 현무암 담벼락 사이로 애가 당근이며, 감자가 보인다.
겨울 작기가 시작됐다. 계절을 빨리 사는 농부 덕에 편히 먹고 산다.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


아직은 평사다. 방사 전환을 테스트하고 있는 농장이다.
달걀 노른자 붉은빛이 강했기에 그것부터 질문했다.
혹시나(석유 유래 인공색소) 했지만 다행히 아니었다. 파프리카 색소였다.



 공심채 운영하는 홍창욱 대표를 만나 올레 여행자 센터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반찬과 국은 맛있었다. 밥이 문제였다. 어떤 쌀을 사용했는지 밥알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역시, 초가을은 쌀이 가장 맛없는 시기다. 감귤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잘 풀렸다.

오마이뉴스 두 번째 연재 주제 준비로 감귤 연구소에 갔다.
시작이다. 시작했으면 된 거다.


공항으로 가기 전
태흥리에 들렸다. 옥돔 마을이라 당연히 옥돔 물회가 있겠지 했는데 그 동네는 안 한다고 한다. 한 적 없다고 한다. 차선인 한치물회를 이야기하니 올여름은 한치 없이 보냈다고 한다. 차차선인 참돔 회덮밥이 저녁이 되었다.


비행기 시간이 세 시간 남았기에
샛길로, 샛길로만 공항을 향했다. 조천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타다가 관곶에서 잠시 멈췄다. 십여 분이면 해가 떨어질 듯싶었다.

날은 좋았던 하루였지만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다. 옛사람이라 바람이 불면 김상호의 회상을 절로 흥얼거린다. 울며 떠나간 그녀는 없지만, 이상하리만큼 그 노래가 생각난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다. 흐린 날도 아님에도 바람이 불면 계절이 바뀐다는 신호다. 오랫동안 붕어 낚시를 다녔다.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기 시작하면 바람이 분다. 보통의 바람은 밤이면 자자 든다. 계절풍은 밤이어도 분다. 낚시꾼들 사이에 쓰는 농담이 있다. “미친 X 와 바람은 밤이면 잔다”라는 농담이지만 계절풍은 제외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진짜 가을이 왔다. 그리고 오전 7 30분부터 시작한 제주에서의 하루를 끝내고 집에 왔다

왕복 항공권 7만 원.

제주 놀러 가기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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