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와 갑오징어_홍원항








1년 만에 갑오징어 낚시를 다녀왔다.
낚시를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 갈 정도 좋아했었다.
지금은?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간다. 가면 좋다. 잡던 못 잡던 말이다.
브런치 유입 중에서 주꾸미 관련 검색어가 상위다.
신문에 글 쓴 것 중에서
봄 주꾸미는 맛없다고 한 적이 있다.
사실 그렇다.


봄 주꾸미는 알을 낳으면 죽는다. 주꾸미를 비롯해 두족류(머리에 다리가 붙어 있는 것들. 몸통, 머리, 다리 구조다)의 삶의 길이가 1년이다. 
봄에 태어난 주꾸미는 추석이 지나 가을이면 성어가 된다.
추운 겨울을 먼바다에서 보내야 하기에 먹성이 가을이면 최고조에 이른다.
가짜 새우 미끼를 바닥에 안착시키면 바로 문다.
초보 낚시인들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어종이다. 먹성이 좋기에 주꾸미 몸통과 다리에 맛이 가득 차 있다. 
겨울을 보내 산란하러 얕은 바다로 온다. 먹이 활동도 안 하거니와 먹이로 쓸만한 것들도 별로 없는 시기가 4월의 바닷속이다. 먹은 게 없으니 저장한 에너지를 쓴다. 에너지가 고갈된 황혼기의 주꾸미 살에서 단맛은 없다. 
사람들이 주꾸미 몸통을 들여다보게 누군가들이 만들었다. 알을 찹쌀밥이라고 말이다.
알에서 찹쌀밥을 기대하는..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
몸통에 알에 시선이 가 있다 보니 정작 살맛은 그냥 그냥 넘어갔다. 오래 익으면 질기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양념 맛으로 씹었다. 알고 보면 봄철 주꾸미가 가장 맛없다. 

낚시 방송이니 고향 찾아가는 방송을 보면 주꾸미를 통으로 끓인 라면이 나온다. 대부분 면은 불어 있는 상태에서 주꾸미를 클로즈업한다. 출연자는 주꾸미를 통으로 씹는다. 효과음으로 감탄사가 나온다. 맛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그렇게 익힌 주꾸미는 질겨서 씹기 힘들 정도다. 
주꾸미 라면은 몸통과 다리를 따로 익혀야 맛있다. 몸통을 먼저 익히고 다리는 불을 끄기 전에 넣어야 야들야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갑오징어를 통으로 끓였다. 먹물 때문에 색이 검다.
주꾸미는 몸통과 다리로 손질했다.
갑오징어의 뼈가 드러날 즈음 주꾸미 몸통을 넣었다.
면이 익을 즈음
주꾸미 다리를 넣었다. 각각의 재료가 잘 익었다.
국물은 라면 스프 외에 청양고추 몇 개를 넣어야 국물 맛이 제대로 난다.

구수하고 얼큰한 맛 말이다.

갑오징어는 몸통에 뼈를 가지고 있다. 갑주라고도 한다. 일반 오징어와 구별하는 포인트다. 오징어와 갑오징어를 구분하는 또 한 가지가 촉수다. 열 개의 오징어 다리 중 긴 두 개의 다리가 촉수 역할을 한다. 촉수가 항상 나와 있으면 오징어, 촉수를 숨기고 있으면 갑오징어 집안으로 분류한다.
갑오징어 낚시는 조금 까다롭다. 바로 ‘촉수’ 때문이다.
8개의 다리를 가진 주꾸미는 가짜 새우 미끼를 덥석 문다.
갑오징어는 숨겨 놓은 촉수를 뻗어 가짜 미끼를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남은 8개의 다리로 감싸고 입으로 문다. 먹이 활동이 주꾸미와 달리 3단계다.
갑오징어 낚시를 가면 같은 배 안에서도 조황 차이가 심하게는 5배 정도 난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3단계 먹이 활동 때문이다.
잘 잡는 사람은 촉수 단계에서 감지하고 준비를 한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고는 후킹 한다. 중급자는 두 번째 단계에서 인지를 한다. 초급자는 3단계에서 갑오징어가 올라타 물고 있을 때 인지한다. 갑오징어가 가짜를 물고 나면 끝난다. 바로 뱉어 내고 도망간다. 

세 사람이 서 있다. 가운데 사람은 80수 가까이 두 사람은 30~40수 평타 쳤다.
채비 차이가 아닌 입질 파악에서 승부가 갈렸다.

1년 만에 간 갑오징어 낚시. 가짜 미끼 중에서 한 개에 6~8천 원 하는 ‘야마시타’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냥 한 개 390원짜리 왕눈이를 썼다. 좋은 미끼에 대한 욕심은 났다. 끝까지 왕눈이로 했다. 좋은 미끼보다는 바닷속 미끼를 끌고 가는 촉수의 힘을 느끼려고 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예전의 감이 조금은 돌아왔다. 갑오징어 낚시에서 미끼가 중요한 요소지만 입질 파악만큼 더 중요하지는 않다. 채비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질 파악이다. 
 다른 글에도 썼지만
오징어와 꼴뚜기의 구분은 눈꺼풀 유무다. 있으면 꼴뚜기, 없으면 오징어다.
한치는 오징어가 아니라 꼴뚜기다. 눈꺼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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