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배추 금지



한여름의 안반데기


여름이 오고 장마가 시작되면 농산물 가격이 들썩인다.

주로 들썩이는 품목을 보면 배추, 무, 시금치 등이다. 최근에 주의 포스팅만 봐도 배추 한 포기 1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금년이 역대급이라는 소리도 같이 말이다. 이 말이 과연 사실일까?
진짜 역대급으로 비쌀까?
시간을 거꾸로 40년 조금 더 돌려 1978년 추석 즈음으로 가보자. 명절 물가가 비싸다는 기사다. 주목할만한 것이 배추 한 포기 2,000원이라는 내용. 1978년 2,000원으로 요새 물가로 바꾸면 15,000원 언저리다. 2024년 9월의 배추 가격은 보통 11,000원~12,000원 사이로  40년 전 15,000원보다는 저렴하다. 간혹 15,000원 하는 곳도 있다고 해도 역대급은 아니다. 잘 생각해 보면 매년 장마부터 추석까지 배추, 무 등의 비싼 가격 때문에 못살겠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그렇다면 왜, 매번 한여름에서 추석 사이에 일어날까?
여기서 우리는 작기에서 대해서 알아야 한다. 작기란 채소가 생산해서 출하되는 시점. 이 시점은 같은 작물이라도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바뀐다. 배추를 예로 들자면 우리는 마트나 시장에 가면 365일 살 수 있다. 가격은 계절마다 변동이 있다. 여름은 비싸고 겨울은 저렴하다. 이는 배추의 재배에 적합한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배추는 저온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다. 즉 한여름보다는 가을이나 봄의 날씨를 좋아한다. 고온에서는 성장장애가 온다. 


7월 초의 영양 풍력단지다. 


위의 사진은 8월 말이다. 

고온으로 인해 성장장애가 와서 재배를 포기했다. 여름은 주로 해발 1,000미터의 고랭지에서 배추가 나온다. 태백의 바람의 언덕, 귀네미와 강릉과 평창사이의 안반데기 등지에서 주 생산지다. 이곳 또한 올여름에도 폭염과 가뭄의 이중고를 맞았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여름에는 강원도, 가을이면 준산간지대인 영월 정선, 제천 등지에서 가을이 깊어지면 논산 등의 평야지대로, 겨울이 오면 무안, 해남 등의 남부 평야지대도 간다. 겨울이면 제주에서 배추가 나온다. 다시 봄이 오면 거꾸로 올라간다. 이것이 작기다.
여름 작기보다는 다른 계절의 작기는 생산이 조금 수월해 많은 양이 나와 가격 또한 저렴하다. 작기가 변동될 때 가격이 뛴다. 여름 작기에서 가을 작기로 넘어갈 때 그즈음이 추석이다. 여름 작기가 생산이 줄어줄고 가을 작기가 아직 나오지 않을 때 가격은 하늘로 솟는다. 매년 추석이 오면 명절 특수에 작기 변화에 의한 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배추 가격은 한숨을 유발한다. 매년 반복한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여름 배추를 찾지 말자라는 이야기다. 여름에 맛없는 여름 배추를 덜 찾으면 안 될까?
여름이 오면 배추나 무는 맛이 맹해진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여름 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익혀도 맛이 별로 없다. 그러니 양념을 달리 해서 겉절이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나마 아삭한 맛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먹을만하다고 생각한다. 배추뿐만 아니라 양배추도 마찬가지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돈가스 주문하면 양배추 썬 것이 나온다. 나의 경우 여름철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6월까지는 저장 양배추가 나와서 소스를 제거하고 먹는다. 단맛과 아삭함의 조화가 좋다. 소스의 들쩍지근한 맛 밖에 나지 않는다. 양배추 대신 여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이채로 바꾸면 힘들까? 깍두기 대신 열무나 오이소박이로 바꾸면 혼날까? 경찰이 와서 뭐라 하나? 그냥 관성처럼 어제도 냈으니 오늘도 내야 한다 생각하니 배추나 무 가격 변동에 민감해진다. 

이제는 여름 배추를 좀 버리자.


여름에 배추는 잘 자라지 않는다. 그런 특성으로 인해 바람의 언덕이니 귀네미니 안반데기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여름에 취약한 품종이라서 바이러스성 병도 잘 걸린다. 우리도 몸이 피곤하면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는 것처럼. 배추김치가 김치의 대표는 맞지만 여름에는 대표직을 잠시 내려두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맛도, 가격도 되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치 없이 못 사는 민족이라 떠들지 말고 맛있는 김치를 찾는 민족이 이참에 돼 보면 어떨까 한다.
여름 배추 좀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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